'은행원→승무원→변호사→경찰' 경력 끝판왕으로 유퀴즈 출연한 여성의 최근 근황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몸값을 높여 이직을 준비하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는 N잡러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죠. 그러나 오늘 소개할 이 여성은 가히 '경력 끝판왕'이라 부를만한데요. 바로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공수처)에서 일하고 있는 송지헌 경정입니다.

송지헌 경정은 지난해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며 이미 유명세를 탄 인물인데요. 그녀는 어떤 경력을 거쳐왔을지, 그리고 방송 후 현재 근황은 어떨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대 나온 여자

송 경정의 어릴 적 꿈은 사실 화가였습니다. 송 경정의 어머니는 화가였다고 하는데요. 이에 네 살 때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했죠. 자연스레 송 경정은 이화여대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송 경정은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한 후 작품 활동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IMF가 터졌고 대학교 학부 졸업 후에는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 했기에 대학원 대신 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외국계 은행에 취업

송 경정이 그렇게 들어간 곳은 바로 홍콩상하이은행(HSBC) 한국 지사였습니다. 홍콩 상하이 은행은 세계의 은행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글로벌 은행인데요. 송 경정이 홍콩상하이은행을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국내 기업들도 전공, 경력 무관인 채용 공고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전공에 따라 취업 길이 정해지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미대를 졸업 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홍콩상하이은행은 전공이나 경력을 보지 않았고, 영어 점수 등을 통해 채용을 했고, 송 경정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던 것이죠.

그리 어렵지 않게 들어간 외국계 은행. 송 경정은 이곳에서 1년을 못 다녔다고 하네요. 이유는 자신이 기존에 살아왔던 가치관과 은행 업무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하며 '사물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이를 작품화 해왔는데요. 은행에서는 담보 대출 업무를 맡았고, 당시 업무를 하며 사물의 본질보다는 담보의 가치, 사람의 연봉과 신용 등급 등을 자신도 모르게 보고 있었던 것이었죠. 

송 경정은 애초에 경제적 독립을 한 후 작품 활동을 할 마음으로 입사했기에 이런 환경으로 인해 미술적 감수성이 메마를까 걱정되기 시작했고 송 경정은 입사 6개월 만에 은행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3. '대기업 과장'급 연봉받으며 인생의 황금기 보낸 승무원 시절

당시 송 경정은 유학을 가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학을 이미 간 친구들도 IMF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시기였는데요. 이에 송 경정은 외국에서 돈을 벌면서 미술 전시장도 다닐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자신의 목표에 부합하는 직업을 찾았습니다. 바로 싱가포르 항공의 승무원이었습니다. 

송 경정은 비행하기 전 해외 전시회 리스트를 쭉 뽑아두고 틈틈이 미술관을 가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너무 피곤했기에 호텔방에서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송 경정은 이 시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부를 정도로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작품 활동을 하며 밀실에 혼자서 있는 시간이 많았다면 승무원을 하면서는 친구들과 함께 호텔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고, 대기업 과장급의 연봉을 받았기에 경제적으로도 풍족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나 붓을 놓으며 송 경정의 손을 굳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전시를 시작하는 것을 보며 밤마다 악몽을 꿀 정도로 조급함이 들었습니다.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아마추어 화가로 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승무원 생활도 접게 되었습니다.

 

4. '사법시험 폐지된다고?' 

승무원을 그만둔 뒤 대학원에 복학하려 한 송 경정. 그러나 항공사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는 시기와 대학원 복학 시기는 딱 맞지 않았기에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뭔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송 경정은 '사법고시 폐지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빨리 사법고시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송 경정은 '홈쇼핑에서도 매진된다고 하면 괜히 마음이 불안한 것처럼' 사법고시도 이제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쳐야겠다는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사법시험을 준비한 송 경정. 2008년 4월에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하고, 이듬해 9월 사법고시 2차를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사법시험공부도 독하게 했는데요.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그날 해야 하는 공부량은 반드시 하고 넘어갔죠. 당시 하루에 200~300페이지를 공부하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시원 방에 돌아오면 '링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온 권투선수 같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5. 피의자의 뻔뻔한 태도 보며 환멸 느껴

사법고시 합격 후 송 경정은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습니다. 변호사 생활 초반에는 재판을 하는 상황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선임 계약이나 수임료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송 경정은 당시 뇌물수수 혐의자의 변호를 맡았었는데요. 당시 피의자는 판사와 검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구했지만 재판장을 나와 변호사에게는 '검사 판사들 너무 세상 물정 모른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며 송 경정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에 경찰이 되었습니다.

 

6. 특채로 경찰 제복 입어

송 경정은 2014년 변호사 경감 특채로 경찰 제복을 입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특채는 경찰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경력직 변호사를 특채로 채용하는 것인데요. 이런 경우 서초나 강남 같은 큰 경찰서에서 경죄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에 송 경정도 실제로 서초 경찰서 경제범죄 수사팀장을 맡았습니다.

일을 하며 송 경정은 '실무와 형사 사법 체계에 괴리가 많이 있다'라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형사소송법 책에는 '검찰은 수사의 주재자'이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행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 형사 사건의 98%는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결정이나 의견을 내릴 때는 검찰과 경찰은 협력 관계가 아닌 지휘 복종 관계 안에 있었기에 어떤 경우에는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기가 쉬운 것 같았습니다. 이에 송 경정은 경찰서를 떠나 경찰청으로 갔고, 수사구조개혁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송 경정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에서 일하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7. '공수처' 파견 뒤 3인자 됐다

송 경정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파견되었습니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기구이자 국가 인권회와 더불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세 곳 모두에게서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죠.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수사권만 가지고 있으나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 곳입니다. 이곳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송 경정이 공수처로 가며 공수처 직원들 사이에서는 송 경정이 '지금 공수처에서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고 가장 파워 있는 인물'로 불렸는데요. 이런 평가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공수처에서 수사할 사건을 고를 때 송 경정은 법리 검토를 맡았고, 공수처 대변인의 공보 업무까지 도맡았습니다. 당시 대변인은 공수처로 오기 전 언론 대응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2022년 1월 송 경정은 1년 간의 공수처 파견 근무를 마치고 1월 말쯤 경찰로 복귀한다는 소식입니다. 앞으로도 송 경정은 경찰 내에서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그녀의 원래 꿈이었던 '작가'로서의 활동은 이룰 수 있을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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