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거지, 빌거지..' 아파트 대신 주택 살면 우리 아이 무시당할까요?

여성 사연자 A씨는 현재 거주할 집을 매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A씨는 어릴 적 아파트에 살았던 기억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항상 층간 소음으로 인해 '뛰지 말라' '조용히 하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였죠. 이에 어린아이를 위해 주택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씨는 아이에게 마당에서 벌레도 보여주고, 식물도 키워보고, 자연과 가까이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기에 주택을 선호했지만 고민도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주거 형태나 주택 가격에 따라 친구들에게 별명을 붙이며 놀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만약 A씨 가족이 주택에 살게 되면 나중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넌 아파트 안 살아?' '거지야?' 등의 말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A씨는 나중에 주택을 판매할 때 감가가 되는 것 등 경제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하고 순전히 아이들의 입장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A씨가 우려하는 일은 그리 황당무계한 소설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엘사'가 흔한 별명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요. 흔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캐릭터를 떠올리지만 여기서 엘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건설하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을 뜻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LH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한 '휴거지' 빌라와 거지를 합성한 '빌거지' 등의 단어도 있습니다. 주택 소유 형태에 따라서는 전세를 뜻하는 '전거지' 월세를 뜻하는 '월거지' 등도 있죠. 이밖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월급 액수에 벌래 충을 합성해 200만 원이면 '이백충' 등의 말도 생겨났다고 하네요. 

이에 임대가구 입주민들은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대구의 '칠성 휴먼시아'의 경우 LH 브랜드인 휴먼시아를 빼고 서희건설의 이름을 넣어 '대구역 서희스타힐스'로 아파트 단지명을 변경했으며 위례신도시의 '위례부영사랑으로'는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으로 알려진 부영그룹의 이름을 빼고 '위례더힐55'로 변경했죠. 

뉴스에만 나오는 특별한 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경험했다는 네티즌들의 사연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파트만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동 호수랑 평수 비교하고, 엄마 아빠 차 가격 알아보는 친구들 초중고까지 있었어요. 예전이나 요즘이나 그런 사람들은 어디나 있으니 무시하도록 해야죠' '아이들은 주택의 장점을 어른들처럼 몰라요. 아파트 브랜드 생각하고 새 아파트 살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휴거지, 엘사 소리 들을 바엔 주택이 나을 듯요' '아이들은 단순해서 마당 있는 집이면 그냥 부러워할걸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이런 문화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진 것 같아 매우 씁쓸한데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부모와 교육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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